지구시스템의 이해
(1) 지구시스템의 구성
시스템이란 용어는 물리화학에서 사용되는 계라는 개념과 유사하며, 응용과학 분야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구과학과 관련해서는 지구시스템 과학(Earth System Science)이란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이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요소로 구성된 전체 덩어리를 말한다. 지구는 지권, 수권, 생물권, 대기권 등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요소들도 다시 몇 가지로 분할할 수 있습니다.
각 요소는 서로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데, 그 과정에서 지구 내부에서는 맨틀 대류, 지구 자기운동, 화산활동, 지진 등이 발생하고 지구 표면에서는 생물의 발생과 진화, 소멸, 대기의 순환과 기상현상이 일어납니다.
(2) 지구시스템 내의 상호작용
시스템과 외계와의 사이에 열과 물질의 교환이 있으면 열린 계, 교환이 없으면 고립계라 합니다. 또한 열은 주위와 교환하지만, 물질은 교환하지 않으면 닫힌 계라고 합니다.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서브시스템은 열린 계로 서로 물질이나 열의 교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대기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증가해 왔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대기-해수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해수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증가합니다.
수권과 지권 사이의 물질 교환은 해저에서의 광상이 있습니다. 해수가 해양 지각의 틈을 통하여 지하 깊은 곳으로 이동하면 마그마나 고온의 암체에 의해 가열되면서 주위로부터 물질을 녹여 이들을 다량으로 포함한 고온의 열수가 됩니다.
이 열수와 함께 밀도가 낮아진 물질들은 분출되어 해저면 위에 침전되어 광상이 됩니다. 서브시스템 사이에서의 열 교환은 화산 활동 등을 통하여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상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서브시스템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물질과 열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스템 사이에서 발생한 어떤 일의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되먹임 또는 피드백(feedback)이라고 합니다. 피드백에는 결과가 원인을 더 강화시키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과 원인을 약화시키는 음성 피드 (negative feedback)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온이 상승하면 수증기의 증발량이 많아집니다. 대기 중에 증가한 수증기로 인해 온실효과가 가속되어 기온이 더 상승하게 되는 과정은 양성 피드백이며, 증가한 수증기로 인해 구름이 많아져서 지구의 반사율이 증가하고 그 결과로 지구의 온도가 낮아지게 되는 과정은 음성 피드백입니다.
지구 환경은 지구를 구성하는 서브시스템 사이에서 수많은 양성 피드백과 음성 피드백이 서로 복잡하게 관계하기 때문에 지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3) 지구시스템의 예 - 데이지 월드
지구시스템 중에서 지구의 기후 상태를 결정하는 요소 전체를 기후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기후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로 가이아(Gaia) 이론의 창시자인 러브록(Lovelock)이 제시한 데이지 월드(Daisy world)가 있습니다. 데이지 월드는 생물권이 대기권, 특히 지구의 온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보여주는 간단한 컴퓨터 모델입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이 생명체가 지구의 기후 조절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명체들 간의 계획된 협력이 필요한데 이런 협력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가이아 이론을 비판하자 러브록은 데이지 월드 모델을 만들어 서로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데이지 월드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으로 우리의 태양과 비슷한 항성의 주위를 돌고 있으며. 이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태양 에너지에 대한 반사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검은색과 흰색의 데이지뿐입니다. 데이지가 성장할 수 있는 온도 대는 약 5~40 ℃이고 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온도는 22.5℃입니다.
데이지 월드에서의 태양은 처음에는 적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다가 점차 방출량이 늘어납니다. 방출되는 태양 에너지의 증가로 행성의 온도도 서서히 올라갑니다.
행성의 온도가 5 ℃가 넘으면서 데이지는 발아하여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데이지 월드의 온도는 생물권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처음 행성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가 적을 때는 태양 광선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검은색 데이지 주변의 온도가 반사를 많이 하는 흰색 데이지의 주변보다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검은색 데이지가 성장에 유리하여 흰색 데이지보다 더 많이 번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행성은 데이지가 없을 때 보다 온도가 높아집니다.
태양의 방출 에너지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행성의 온도가 올라가 22.5 ℃ 이상이 되면 빛을 반사함으로써 자신의 몸과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 흰색 데이지가 차츰 성장이 유리해져 행성은 흰색 데이지로 덮이게 됩니다.
이때 행성의 온도는 데이지 덕분에 데이지가 없는 경우 보다 온도가 낮아집니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더 많아지면 흰색 데이지의 반사로도 데이지 월드의 온도가 40 ℃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되면서 모든 데이지는 죽게 됩니다.
결국 시스템이 무너져 데이지 월드에는 생명체의 모습이 사라지게 되고 지구의 온도는 다시 생명체가 없는 행성의 온도와 같아집니다.
러브록은 데이지 월드를 통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행성의 온도는 태양 광도에 비례하여 변하지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생명체들의 상호작용으로 행성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3) 데이지 월드의 구성
① 데이지 월드의 온도
데이지 월드의 온도는 지구의 복사평형 온도를 구하는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구합니다. 즉 방출하는 에너지(Eem)와 흡수하는 에너지(Eabs)가 같다는 것을 이용하여 구합니다.
먼저 데이지 월드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데이지 월드의 온도(Tp)가 결정되면 다음과 같이 슈테판-볼츠만 법칙을 통해서 계산할 수 있습니다.
Eem=σSB × A × Tp^4 · · · · · · 1
여기서 σSB 는 슈테판-볼츠만 상수이고, A는 데이지 월드의 면적으로 전체 면적을 1로 두었습니다. 데이지 월드가 흡수하는 에너지의 양은 데이지 월드에 들어오는 에너지(Erec)에서 반사하는 에너지(Eref)를 빼주어야 하므로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Eem=Erec-Eref · · · · · · 2
Erec는 데이지 월드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로 30억 년 동안 550 W/m^2에서 2195 W/m^2까지 선형으로 증가하도록 하여 이를 변화율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Erec=S × L · · · · · · 3
여기서 S는 태양 상수 917 W/m^2이며, L은 0.6에서 2.4까지 시간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도록 합니다. Eref는 Erec에 반사율을 곱한 다음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Eref=Erec × αp · · · · · · 4
여기서 αp는 데이지 월드의 반사율로 데이지의 분포에 의해 결정됩니다. 식 2, 3, 4를 이용하여 아래와 같은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Eabs=S × L(1-αp) · · · · · · 5
식 5와 식 1을 정리하면 온도에 관한 다음과 같은 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Tp= {S × L(1-αp)/σSB}^1/4 · · · · · · 6
위 식으로부터 데이지 월드의 온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데이지 월드의 반사율 αp 는 데이지의 분포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αp = αwhite × αwhite + αblack × αblack + αb × αb · · · · · · 7
위 식에서 αwhite, αblack, αb는 각각 흰 데이지, 검은 데이지, 데이지가 없는 지역의 반사율로 각각 0.75, 0.25, 0.5로 두었습니다. αwhite, αblack, αb는 각각 흰 데이지, 검은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가 자라지 않는 지역의 면적입니다. 이 세 면적을 합치면 1이 됩니다.
②데이지의 면적
데이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색깔에 관계없이 데이지 성장률과 빈 공간이 넓을수록 증가하지만 데이지의 사망률에 따라 감소하므로 다음과 같습니다.
dADaisy/dt = ADaisy(αbβ-γ) · · · · · · 8
dADaisy/dt는 시간 t에 대한 데이지의 면적 ADaisy의 면적 변화량이다. αb는 데이지가 없는 지역의 면적으로 1에서 두 데이지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을 빼서 구합니다.
β는 데이지의 성장률로 데이지가 성장할 수 있는 최적 온도인 22.5 ℃에서 최댓값 1이 되고, 5 ℃ 이하이거나 40 ℃ 이상이면 성장을 멈추어 값이 0이 되도록 다음과 같이 2차 함수로 설정하였습니다.
β =1-0.003265(22.5-TD)^2 · · · · · · 9
식 9에서 TD는 데이지가 자라는 지역의 온도로 데이지의 색에 따른 반사율과 데이지 월드 전체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TD=FHA(αp-αs)+Tp · · · · · · 10
Tp는 데이지 월드의 온도이며, FHA는 열 흡수 상수로 그 값을 20으로 고정하였다. 즉 데이지 색의 반사율로 인하여 데이지 월드 전체 온도보다 흰 데이지 부근은 온도가 5 ℃ 낮고, 검은 데이지 부근은 5 ℃ 높아진다. 8 식에서 c는 주어진 시간 동안의 데이지 사망률로 0.3으로 두었습니다.
③ 결과
모델의 결과로 태양 에너지의 세기에 따른 두 데이지의 분포 면적의 변화와 데이지의 존재 여부에 따른 행성의 온도 변화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위의 그림의 (가)를 보면 태양 에너지가 작을 때는 검은색 데이지가 행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다가 에너지가 점점 많아지면서 흰색 데이지의 면적이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나)에서 데이지가 없는 경우 (A)는 행성 전체의 반사율인 αp가 0.5로 일정하므로 행성의 온도는 태양 에너지의 증가에 따라 올라갑니다.
그러나 데이지가 있는 경우(B)에는 시간에 따라 두 데이지의 분포 면적에 따라 αp가 변하면서 행성의 온도도 변하게 됩니다.
그 결과 행성의 온도가 데이지가 발아할 수 있는 이상의 온도가 되면 검은색 데이지의 영향으로 급격히 온도가 상승한 후 두 데이지의 분포 변화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생물권과 대기권의 상호작용으로 행성의 온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